-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주석 정상회담 및 선물 교환
- 시 주석, 이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 선물
- 이 대통령 "통신 보안 잘 되나?" 농담, 시 주석 "백도어 있는지 보라" 응수하며 화기애애
- 양 정상, 바둑판, 화장품, 찻잔 등 상대방 취향과 문화를 고려한 선물 교환
지난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차은우 사회, GD 축하공연 등 우리나라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참여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여러 정상들과 회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을 교환하며 나눈 '뼈 있는 농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상 간의 통신 보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유쾌한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회담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은 친중 성향으로 분류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이렇게 다소 도발적인 농담을 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1. "통신보안" vs "백도어"… 샤오미폰이 부른 '폭소'
- 시 주석, '디스플레이는 한국산' 강조하며 샤오미폰 2대 선물
- 이 대통령, "통신 보안은 잘 됩니까?" 뼈있는 농담
- 시 주석, "백도어(뒷문)가 있는지 확인해보라" 유쾌하게 응수
- 양국 간 민감할 수 있는 '보안 이슈'를 농담으로 승화하며 좌중 폭소
사건의 발단은 시진핑 주석이 준비한 선물에서 시작됐습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위해 중국 브랜드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 2대를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아마 중국의 기술을 자랑하고 홍보하기 위함이었을 것 같습니다.
선물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수행원은 "지난해 만든 것인데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이라며 양국의 기술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중국이 기술자랑을 하는 것 외에 한국과의 협력과 우호관계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중무역갈등으로 갈등이 지속적으로 촉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주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직접 만져보고 두드려보며 "통신 보안은 잘 됩니까?"라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중국산 IT 기기의 보안 문제를 유쾌하게 짚은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농담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웃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제적 켤레로 큰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유발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통역을 통해 이 대통령의 말을 전해 들은 시진핑 주석도 미소를 지으며 "백도어(뒷문)가 있는지 없는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라고 재치 있게 응수했습니다. '백도어'는 보안 시스템을 피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뜻하는 해킹 용어입니다. 시 주석이 직접 '백도어'를 언급하며 농담을 받아치자, 이 대통령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고 회담장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백도어는 많은 장비들에 존재합니다. 개발의 편의를 위해서 사실상 필수적이죠. 하지만 상용제품에는 백도어 출입을 막거나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산 핸드폰이 그것을 지켰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보유출을 하는 장비 및 앱을 공개한 적도 있었습니다.
2. K-뷰티와 비자나무 바둑판… 상대를 배려한 선물 교환
- 이 대통령, 바둑 애호가 시 주석 위해 '본비자나무 바둑판' 최고급 선물
- 펑리위안 여사 위해 'LG 영양크림(K-뷰티)' 및 '은 손잡이 탕관' 전달
- 시 주석, 이 대통령에게 '옥 벼루 문방사우', 김혜경 여사에게 '중국 찻잔 세트' 선물
- 시 주석, K-뷰티 화장품 보고 "여성용이냐" 농담 건네기도
이날 양 정상은 서로의 취향과 문화를 깊이 고려한 선물들을 교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 시 주석을 위해 최고급 소재인 '본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습니다. 시 주석은 바둑판을 직접 만져보며 "정교하게 만들었다. 아주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미국 트럼프대통령에게는 금관을 선물했었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선호를 맞춰서 선물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위해 은 손잡이 탕관 및 은잔 세트, 그리고 'K-뷰티'를 상징하는 LG의 영양크림과 아이크림을 준비했습니다. 시 주석은 화장품을 보며 "여성용이냐"는 농담을 건네 이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과거 LG생활과학은 중국진출로 큰돈을 벌고 주가도 뛰었지만, 최근은 많이 부진한 상황입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벼루와 붓 등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를 위해서는 펑리위안 여사가 직접 준비한 중국 찻잔 세트(서호 찻잔)를 전달했습니다. 시 주석이 "중국 우롱차를 우려먹으면 좋다"라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보이차를 먹으면 좋겠다. 너무 예쁘다"며 "너무 귀한 선물 감사하다. 셰셰(감사하다)"라고 화답했습니다.
3. "황남빵 맛있었다"… 경주의 맛으로 나눈 '덤'
- 이 대통령, 시 주석 도착 시점에 맞춰 경주 명물 '황남빵' 선물
- 시 주석 "맛있게 먹었다" 감사 표시에 200 상자 추가 전달
- 중국뿐 아니라 APEC 전 회원국 대표단에도 황남빵 선물
양 정상의 훈훈한 교류는 선물 교환식 이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시 주석의 방한에 맞춰 환영의 뜻으로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보자기에 포장해 전달했습니다.
이에 시 주석은 다음 날 이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즉각 화답의 의미로 중국 측 대표단을 위해 황남빵 200 상자를 추가로 보냈고, 나아가 중국 이외의 모든 APEC 회원국 대표단에도 '경주의 맛'을 알리기 위해 황남빵을 선물하도록 지시했다는 후문입니다. 경주는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유산이 많은 곳으로 손꼽힙니다. 사실 국제적인 행사를 위한 인프라나 국제공항 접근도가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것에 더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백도어 농담'이 남긴 의미
정상 간의 선물 교환은 그 자체로 고도의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샤오미폰'과 '백도어 농담'은 APEC 정상회의의 수많은 합의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스틸러'였습니다.
'중국산 IT 기기'와 '보안 문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민감하고 날카로운 이슈 중 하나입니다. 이 대통령의 "통신보안은 잘 되나?"라는 질문은, 웃음 속에 그 민감한 핵심을 정확히 찌른 '뼈 있는 한 수'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 주석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는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라고 응수하며, 그 민감한 단어를 피하지 않고 유머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이는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는 현안을 테이블 위에서 웃으며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교적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상호 간 좋은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아 보이는 장면은 아닐 것입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가장 민감한 사안을 유머러스하게 테이블 위에 올린 것은, 역설적으로 양국이 '관리 가능한' 관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대화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여론은 극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 혐오가 중국 혐오로 넘어가서 인터넷의 여러 커뮤니티를 비롯해서 중국인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APEC 회담장을 채운 웃음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Rhetoric)를 넘어, 산적한 양국 현안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실질적으로 풀어가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이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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